외딴집 - 상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나의 점수 :
이렇게 재미있는 책, 읽어보는거 참 오랜만입니다.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재밌다고 (하긴, 제가 책을 읽었어야 말입니다. 먼데 나와있다는 핑계로 책 안 읽은지가 몇달째니..) 할 수 있을정도로. 밤잠 꼴딱 새고 한숨에 읽었습니다. 850페이지에 육박하는 상당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처지는 부분 없이 몰입도가 높으며, 김소연님의 번역도 훌륭합니다.
이야기는 약 400년전, 일본 에도시대의 한 지역의 정치적 상황과 그것이 그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고 있는 이름없는 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님께선 "진실은 감춰져있고, 호소할 수단조차 없던 시대를 살아온 서민들이 거대한 권력앞에서 느끼는 무력감" 을 이야기하고 싶으셨다합니다. 그러한 작가님의 의도는 조직 사회의 비밀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써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거나, 교묘하게 조작된 거짓소문에 휩쓸리는 서민들을 통해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영달만을 쫓는 위정자들의 추잡한 권력다툼이 자세히 그려지는가 하면, 어떤 방법이 그 지방의 존속과 번영을 위해 바람직할지 고뇌하는 지역 권세가의 괴로움도 비중있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몰라서 속고, 하늘 탓을 하고, 높으신 분들을 탓하고 발이나 동동구르는 서민들의 모습도 슬프지만, 설사 자신의 딸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해도 쉬쉬하고, 죽을 때까지 자신을 속여야할지도 모르는 부담을 안고서도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한 길을 선택하는 감출 것이 많은 위정자들의 모습 역시 안타깝기 그지 없었습니다.
또한 바다를 생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대자연에 대한 공포, 거대한 자연의 품에서 먹고 살아가면서도 때때로 자연이 부리는 심술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이야기하고, 두려움이 만들어낸 귀신과 악령, 저주, 그를 극복하기 위한 믿음이 만들어낸 갖가지 신화와 신앙과 종교에 관한 성찰도 나타납니다.
네, 어느분의 말씀대로, 인간이 싫은 존재이지요.
400년 전이건, 그 전이건, 지금이건 인간들이 모인 "조직"사회에서 그 모양새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언제나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겠지요. 조작, 은폐, 폭력과 죽음, 이 모든 씁쓸하고 어두운 일들 말입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사람만이 희망아니겠어요?
작가님께선 참으로 고통스러운 전개를 펼쳐나가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고, 사람들 간의 끈끈한 유대와 사랑, 순수와 지혜, 절개와 자기희생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아무리 더럽고 몹쓸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인생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 추하지만, 동시에 아름답기도 한게 세상사다. 이렇게 이야기 해주는 책들이 좋습니다.
세상이 아름답기만 하다고 말하는 책들은 역겹잖아요.
사실 미야베 미유키님의 작품도 이것이 처음입니다. 꽤나 무거운 주제들을 조화롭게 이야기 속에 잘 응축해내면서도 이토록 긴장과 흥분을 놓치지않는 소설적 재미를 갖춘 작품이라니, 정말 다른 작품들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p.s.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서 몸 달았음.
엉엉 얼른 한국가고 싶어졌어요 ㅠㅠ